©Gute Leute 뉴욕에서 증명한 ‘좋은 사람들’의 가치구테로이테 서명석 대표 인터뷰 지우탁 에디터 구테로이테는 2021년 7월에 시작한 브랜드다. 코로나 4단계가 시작되던, 시장의 분위기가 답답하다 못해 한숨만 들려오던 시기. 이 시기에 구테로이테 서명석 대표는 월세 1천만 원짜리 매장에서 구테로이테의 첫 문을 열었다.2023년 3월,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구테로이테는 국내에만 매장 4곳을 오픈했다. 이어서 지난달에는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상큼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에스프레소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창의적인 메뉴들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확장한 브랜드가 뉴욕까지 날아가 팝업 스토어를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곳에서 그들이 선보인 것은 무엇이고, 어떤 시장을 보고 왔을까? 구테로이테 강남구청점에서 서명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구테로이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구테로이테는 독일어로 좋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원래 생두 유통회사가 베이스인 브랜드로, C2C 플랫폼과 대왕커피라는 생두 유통사를 통해 커피 농장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들에서 기부 활동이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한국 바리스타들의 삶의 질과 처우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는 계기가 생겨났다. 커피 생산의 측면 가장 끝에는 농부들이 있고, 커피를 손님들에게 전달하는 반대편 측면의 끝에는 바리스타들이 있다. 그 양극에 위치한 이들의 복지들에 대해 좀 깊게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어떤 고민이었는가?코로나 때 그 고민이 가장 깊어졌는데, 능력에 따라 어느 정도 차등은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10년 차 바리스타가 아직도 연봉이 3천 수준인 곳이 많다. 심지어는 이마저도 받기 힘들기도 하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지금의 물가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 가정의 가장 혹은 일원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봤을 때 턱없이 부족할 수준이라는 것을 느꼈다. ©Gute Leute 구테로이테라는 이름에 담긴 뜻이 있다면?먼저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이 Grind Our Selves인데, 단순하게 해석하면 우리 스스로를 갈아넣는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세상을 바꾸려면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스로부터가 바뀌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상상하는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바리스타의 처우에 대한 개선과 같은 것을 목표로 브랜드를 만들었기에 '좋은 사람들'이라는 뜻의 구테로이테를 브랜드명으로 삼았다. 우리가 만든 공간을 이용하는 분들도 좋은 사람들이지만, 공간에서 커피를 제공하는 우리 또한 좋은 사람들이고, 그런 이들끼리 어떤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로고로 사용한 솔방울은 사시사철 변함이 없는 나무의 결정으로, 변함없다는 것이 가장 좋은 사람의 대표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사용했다. 공간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면?우선 매장의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사용된 머터리얼들이 전부 돌, 철, 유리다. 개인적으로 해외의 커피 산지 등을 다니다가 서울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느낌이 시멘트, 콘크리트에 주로 쓰이는 이 소재들이었다. 무척 삭막하고 딱딱하면서도 차가운 그런 도시의 느낌인데, 그 안에 사람들이 모이고 유대를 통해 형성되는 따뜻한 온기를 공간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바를 위주로 천장에 설치한 바리솔(Barrisol) 조명이 매장의 어떤 심벌이 되기도 했는데, 여기에 편안한 자연광을 추구하여 실내임에도 야외에 있는 듯한 쾌적함을 동시에 가져갔다.또 매장이 전체적으로 보면 직선들이 많이 사용됐는데, 우물 정자 패턴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건 온라인 지도 서비스를 보면 서울의 각 지역을 바둑판처럼 구획을 구분하는데, 그 가장자리는 곡선이 감싸고 있는 형태다. 여기에서 착안해 직선과 곡선을 믹스매치하여 입체적인 구조를 표현하고자 했다. 독특한 장치들이 있는 것 같다. 사용한 소재들의 질감도 무척 다양하다.우선 바닥에 사용한 타일들이 유럽 등에서 시청 앞 광장에 흔히 쓰이는 타일 블록이다. 테이블이나 좌석에 사용한 것도 자갈로 이 또한 바닥재로 주로 사용되는 재료다. 스테인리스 또한 테이블과 바, 벽에 서로 다르게 활용했고, 야외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를 내부로 가지고 오거나 바닥재를 위로 올리기도 했다. 또 같은 돌이라도 시멘트의 질감과 바 하단에 자갈들을 깔아 두는 등 인테리어에서 브랜드를 녹여낼 수 있는 다채로운 시도를 해보려 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얼핏 보면 비슷한 옷에 외형을 지닌 사람이라도 깊게 알아보면 모두 다른 성격, 재능들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개개인의 서로 다른 개성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매장을 보면 전반적으로 무채색이 콘셉트인데, 컬러가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있다는 의미다. 어떤 특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간을 무채색으로 표현해서 공간은 일종의 배경의 역할을 하고,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개개인이 공간에 들어서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느낌으로 기획한 것도 있다. 사소한 부분에도 다양한 의도와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브랜드 철학과 연동이 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장사를 하다 보면 언젠가 폐업을 하게 되는 때가 오기 마련인데, 만약 우리가 공간을 폐업하게 됐을 때 그곳에서 폐기물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 것도 있다. 공간을 구성하는 머터리얼 중에 석고나 플라스틱이 없다. 화학 제품이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렴한 인테리어 소재들도 사용하지 않았다. 공간 자체가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돌과 철 그리고 유리는 사실 자연의 원소 그대로에 가까운 소재다. 또 취급하고 있는 포장 용기들도 친환경 생분해 제품들로 사용하고 있는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아메리카노를 2,500원이 판매하면서 친환경 용기에 담아서 제공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불편하다고 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지고 가야 할 핵심 가치다. 좋은 사람들이기에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나간다는 의미로 이러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구테로이테 서명석 대표 ©Gute Leute 다양한 나라와 도시 중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할 곳으로 뉴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뉴욕은 F&B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모든 인종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뉴욕을 두고 미국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날고 기는 모든 인종들이 섞여 지내는 곳인 셈이다. 어떤 특정 국가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 전 세계를 타겟팅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해당 국가의 특성에 맞춘 데이터만 모이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뉴욕은 인종별 기호와 직군별 등등의 데이터들을 수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이밖에도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건축과 관련된 법에 있어 미국의 규정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편인데, 이를 감안하면 뉴욕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카페를 오픈 및 운영을 해보는 경험 자체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매장을 원활하게 준비하고 선보일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확실히 그런 점에서는 뉴욕이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해외 마켓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본격적인 진출을 앞둔 결정으로 보인다.사실 처음에는 뉴욕에 정식 매장을 낼 생각이었다. 영국, 프랑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마스터 프랜차이즈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청에 아직 우리가 해외 시장에서의 경험도 없고 해외 사업부가 구축이 되지 않은 상태라 어렵다는 답변을 보낸 상황이다. 자체적으로 맷집을 키우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에 해외로 진출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정식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현지 부동산 미팅도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큰 차질이 없다면 아마 올해 말 정도에는 뉴욕에 자리한 구테로이테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준비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나 어려움은 없었는지?커피로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14~15년 정도가 됐다. 사실 그 정도가 되니까 아무리 치밀하게 준비했더라도 항상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뉴욕 팝업스토어 준비과정에서도 여러 변수가 있었는데, 나보다는 함께 준비했던 직원분들이 좀 당황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파견이 된 2명 외에 현지에서 함께 하기로 한 다른 인원이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한마디로 잠수를 탄 것인데, 심지어 잠수를 탄 사람이 팝업 스토어를 진행할 업체를 소개해줬기에 서로 난처한 입장이 되기도 했다. 인원이 부족해지다 보니 예약수를 본래 생각했던 2,000개에서 500개로 줄여서 받기도 했다. 또 팝업 첫날 오픈 전까지 예약이 10개 밖에 들어오지 않아 직원들이 불안해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는데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다행히도 첫날 팝업 진행 후 그날 새벽까지 준비한 예약 500개가 모두 매진이 되기도 했다. 워크인 방문에 대한 문의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오버부킹도 받을 정도가 됐다.이외에도 구매한 그라인더가 2달 넘게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렌탈을 시도했는데, 주소지가 뉴욕이 아니다 보니 현금을 맡기고 빌려서 진행하는 등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사소할 수 있지만 굉장히 치명적인 이슈들인데, 항상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이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을 때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결국은 해냈다는 그 성취감을 떠올려보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어떤 순서로 일을 진행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러면 굉장히 긍정적이고 즐겁게 임할 수 있는 것 같다. 뉴욕 시장, 소비자들은 구테로이테의 어떤 면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하는가?뉴욕은 시장 자체가 어마어마한 자본주의 시장이다. 특히 월세가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일 정도로 빡빡한 시장이다. 예를 들어 구테로이테 강남구청점 크기의 매장을 빌린다면 월세로 3만 불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조금 더 코너는 5만 불 아예 대로변 근처에 매장을 낸다면 10만 불까지도 올라간다. 1년에 10억 정도를 월세로만 쓰게 된다는 의미인데, 그렇기에 메뉴의 구성이 무척 보수적이다. 쉽사리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이다. 실제로 팝업 스토어를 위한 시장 조사차 뉴욕에 존재하는 수많은 카페를 방문했는데, 대부분이 아메리카노, 라떼, 말차 라떼 정도만 판매하고 있다. 그런 메뉴들이 익숙한, 유일한 선택지였던 소비자들에게 구테로이테에서 선보인 창작 메뉴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종류의 메뉴였던 셈이다. 처음 느끼는 신선함이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 자극적인 메뉴가 인기를 끌게 된 요인이라고 보는가?뉴욕에도 대표적인 브랜드인 카운터컬처를 비롯해 무척 많은 스페셜티커피 브랜드가 존재한다. 다양한 시도와 대중화를 위한 노력들도 꾸준히 이어져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서로 다른 스페셜티커피를 마시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사실 와인이나 맥주의 경우에도 서로 다른 것들을 나열한 뒤 마셔보면 모두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와인을 늘어놓고 마셔보는 것과 서로 다른 칵테일을 늘어놓고 마셔보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대중적인가를 생각 해봤고, 나는 후자라고 봤다.사실 생두 회사를 모체로 지니고 있는 만큼, 스페셜티커피에 힘을 주려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가장 힘을 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칵테일 형태의 시그니처 커피들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1년 동안 약 150개에 달하는 신메뉴가 나오고 있는데, 60명 정도 되는 직원들 각자가 꾸준히 신메뉴를 개발해서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어놓고 판매를 해보기도 한다. 정해진 틀이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이다 보니 고객분들도 커피 오마카세라는 장르를 무척 쉽게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다. 커피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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