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놓임과 어울림,혹은 나눔과 누림의 미학 천안 천흥사지 전원카페 Cafe MAMERE 에디터 지영구 급격한 산업화와 난개발에 따른 자연파괴가 재앙이 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오만과 오욕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경고다. 환경오염 문제가 인간의 삶 자체를 위협하는 이슈로 떠오르고,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이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머지않아 지구 전체가 서서히, 예상보다 훨신 더 빠르게 황무지로 바뀌게 될 거라는 섬뜩한 경고가 나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늦기 전에, 모든 게 끝나버리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길은 없는 것일까? 천안 성거동에 새로 문을 연 카페 마메르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단초를 제시한다. 비록 지금까지의 잘못을 상쇄하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절대반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공멸의 시기를 늦추기 위한 힌트가 될 수 있다. 키워드는 역시 튀지 않음, 모나지 않음,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다. 문화는 자연과 어울릴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천흥저수지 일대는 고려 태조 왕건의 후삼국 통일과 관련이 깊다. 왕건은 당시 후백제와의 국경지대였던 천안 일대를 여러 차례 찾았다. 그러던 중 직산 수헐리를 지나면서 천흥저수지 쪽 산을 바라보다 정상 부근에 오색구름이 감싸고 있는 광경을 보고 “성인이 사는 산"이라는 뜻에서 성거산(聖居山)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왕건은 930년 천안도독부를 설치했고, 6년 후인 936년에 이 군사요충지를 발판으로 후백제를 멸망시켰다. 이 대업을 완수하기 위해 태조 4년(921년) 성거산 기슭에 큰 규모의 절을 창건(증축설도 있음)하는 한편, 천하의 통일을 통해 고려의 중흥을 도모하자는 뜻으로 절 이름을 천흥사(天興寺)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저수지 아래 절터에서는 天興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이 많이 발견된 바 있다. 이곳에는 창건 당시 조성한 5층 석탑(보물 354호)이 남아 있고, 마을 어귀에는 절 입구임을 알리는 당간지주(보물 99호)가 있다. 비천상이 아름다운 천흥사 동종(국보 280호)은 왕건 손자인 현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흥사 대웅전 자리카페 마메르는 당간지주와 5층석탑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천흥사가 현재까지 이어져 왔더라면 대웅전이 자리잡고 있었을 법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 카페는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전체 규모는 100여 평 남짓. 화이트톤의 벽돌로 벽을 세우고 골징크로 지붕을 덮은 ㄱ자 형태의 단층건물은 초가나 기와집처럼 단순하고 심플하면서도 단아하다. 모던한 현대식 건물에서 공간의 미와 여백의 아름다움을 살린 전통가옥의 선을 떠올리게 되고, 마치 고향집을 대하는 듯한 감상에 빠져들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단순간결함 때문일 것이다. 이런 느낌은 실내에 들어서면서 놀라움으로 바뀐다. 밖에서 보기보다 훨씬 더 높은 층고에 한옥의 석까래를 연상시키는 천정들보, 넓고 시원하게 이어진 복도와 단정한 바, S자형의 붙박이 의자가 대형 장식처럼 자리하고 있는 메인홀 등이 방문자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감동은 우선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튀지 않는 파스텔톤 색감과 모나지 않은 가구와 집기, 꾸밈이나 가림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분위기에서 절정을 이룬다.압권은 역시 3면을 온통 유리창으로 채운 메인홀이다. 이곳에 앉으면 안팎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드넓은 잔디밭과 정원, 75년 전에 심었다는 감나무와 수백 년은 족히 된 느티나무, 그 아래의 고즈넉한 나무벤치와 테이블, 그리고 배경처럼 이어지는 마을풍경이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된다. 그래서 마치 거대한 풍경화 속의 그림이 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긴장이 풀리고 안정이 되면서 몸과 마음이 느긋하고 평온해진다. 카페 마메르 이찬원 대표 나의 어머니마메르(Ma Mere)는 프랑스어로 ‘나의 어머니’란 뜻이다.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기리자는 마음에서 카페 이름을 그렇게 정했습니다. 고향집에 들어서는 느낌, 어머니 품에 안기는 편안함을 추구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이찬원 대표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다. 지금도 태어난 집이 바로 옆에 보존돼 있다. 카페 오픈과 함게 리모델링을 거친 고향집 1층에는 아버지가 기거하고 있고, 2층 테라스는 손님들을 위한 루프탑 카페로 꾸몄다. 또 카페 뒤편의 낡은 집을 구입,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방 겸 아지트로 꾸며나간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고향이잖아요. 한때는 벗어나고 싶은 숙제이자 화두였지만, 남들보다 한참 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어학연수를 핑계로 해외를 전전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향의 의미와 가치였죠. 밖으로 나돌수록 머물 곳이 필요했고, 어릴 적 추억과 꿈이 서려 있는 곳이 그리웠습니다. 고향집과 과수원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거죠. 최근 이곳 일대가 북천안의 새로운 휴양지로 떠올랐다는 사실도 빼놓을 순 없고요.“ 이 대표는 솔직담백한 사람이다. 땅 넓은 배과수원집 외동아들이라면 동네에서는 부잣집 귀남이로 통했음직하다. 하지만 자나 깨나 일에 파묻혀 사는 아버지 어머니의 삶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성거읍은 배와 포도 산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토질이 좋고 기후조건이 적당해서 당도가 뛰어나고 맛과 향이 풍부한 배와 포도가 많이 생산된다. 하지만 기온이 많이 올라가면서 작황이 예전만 못하다. 이 대표네도 손에 꼽히는 부농이었으나 화상병이 돌면서 대다수 배나무를 배어내야 했다, 지금은 농장 전체를 카페와 공원으로 꾸미고, 1000여평만 남겨둔 상태다. 아버지가 배농장으로 일가를 이뤘다면, 이 대표는 카페를 통해 고향 가꾸미 겸 지키미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add.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97call. 041-56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