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시원한 냉차는 다 어디로 갔을까?건강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즐기는 카페 상재형 카페 Sano 대표 지난 근로자의 날 연휴에 모처럼 아내와 경주로 여행을 떠났다. 집에서 TV나 보고 뒹굴뒹굴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란 생각을 우리만 한 게 아니었나 보다. 도로를 꽉 매운 차량 행렬에 경주 핫 플로 떠오른 황리단길은 포기하고 좀 떨어진 불국사로 향했다. 불국사로 향하는 토함산 초입에 들어서자 꽤 반가운 풍경이 보인다. 바로 어릴 적 길이나 공원에서 자주 보던 커피, 냉차와 번데기, 술빵 같은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었는데 순간 시원하고 달달한 냉차의 추억이 함께 떠올랐다. 어릴 적 냉차 팔던 리어카를 보면 엄마를 졸라 겨우 한 번씩 얻어먹곤 했는데 그 달콤하고 맛있는 냉차의 정체가 뭔지 몹시 궁금했었다. 마침내 냉차가 보리차에 사카린을 넣어 만든 거란 걸 알고 나선 한동안 보리차에 설탕을 넣어 먹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길에서 팔던 냉차 맛이 나진 않았기에 여전히 길에서 파는 냉차를 사 먹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매일 집에서 마시는 보리차가 냉차처럼 맛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정수기가 대중화되고 생수를 쉽게 마시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대부분 집에서는 수돗물에 볶은 보리를 넣고 끓인 보리차를 마셨다. 보리차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주로 마시는 음료지만 의외로 이탈리아에서도 자주 마신다. 물론 우리처럼 식수용가 아니라 ‘오르조’라 하여 보리를 까맣게 볶아 우려내어 커피처럼 마시는데 꽤나 커피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카페인이 없어 임산부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 주로 마신다고 한다. 우리가 쉽게 식수로 마셔왔기에 평가절하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보리차는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하다. 보리에는 항산화 물질인 페놀산,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데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과로 심혈관질환과 당뇨의 위험을 낮추고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물론 보리차만의 효과이기보다는 보리 자체에 항산화 물질과 더불어 섬유질, 특히 면역 증진에 도움을 주는 베타글루칸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보리차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소 자주 먹는 밀, 쌀 보다 보리를 더 섭취한다면 건강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겠다. 6월에 있는 24 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芒種, 양력 6월 6일)은 보리를 수확하고 벼를 모내기하는 절기이다. 이 절기의 풍습 중 하나가 바로 풋보리를 베어다가 구워 먹는 보리 그스름인데 그렇게 먹으면 다음 해 보리농사가 잘된다고 한다. 이때 보리를 구워 밤이슬을 맞혔다가 그다음 날에 먹으면 아픈 허리가 낫고 그해 병이 없이 지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먹을거리 부족했던 보릿고개에 풋보리 베어 먹으며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풍습이라 추측하지만 어쩌면 정말 보리가 주는 건강 효과를 체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아쉽게도 이제는 위생과 입맛의 변화 등의 이유로 냉차를 거의 볼 수가 없다. 예전에는 쉽게 마시던 보리차가 지금은 음료로 당당히 판매되고 과거 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밥이 이제는 건강식으로 높이 평가될 만큼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렀다. 나 역시 달콤한 냉차를 좋아하던 꼬마에서 보리차 고유의 구수하고 달보드레한 맛이 더 좋고 더불어 조금만 무리해도 허리가 쑤셔오는 중년이 됐으니 6월에는 망종 절기를 핑계 삼아 보리밥을 자주 먹어볼까 한다. References1. Emmanuel Idehen et al. Bioactive phytochemicals in barley. Journal of food and drug analysis. 2017,25,148-161 *이 콘텐츠는 월간 커피앤티 6월호(NO.257)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