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서 만난 화두와 비전 편집장 지영구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고흥은 특산품이 많아 나는 고장이다. 유자와 석류, 참다래가 유명하고, 매생이가 각광을 받는다. 최근에는 이 지역이 커피의 산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임시휴업 상태인 커피사관학교를 비롯해 나로커피아일랜드, 산티아고 등 1세대 체험형 커피농장들이 일찌감치 터를 잡은 데다 고흥로컬커피융복합산업화사업단이 발족되고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20여 개의 농가가 커피재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채산성이다. 하우스 농사는 노지에 비해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난방과 냉방이 필수요건인 하우스영농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기 어렵다. 스마트 영농기술이 장려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커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체험농장으로 시작해 나름의 영역을 개척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에 후달리고 일에 치인다. 들이는 힘과 공에 비해 손에 쥘 수 있는 아웃풋이 너무 적다. 이 때문에 캐내고 싶다는 푸념이 나오고 포기하는 사람이 생긴다. 개중에는 커피농장을 접고 아예 전업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돌파구는 없을까? 이런 의문을 품은 채 고흥군 과역면 석촌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산티아고 커피농장을 찾았다. 무엇보다 커피사업단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다양한 대내외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부부 직영 커피농장이라는 데 눈이 가고 마음이 끌렸다.농로길을 지나서고야 반전의 영상처럼 짜잔~하고 나타나는 산티아고는 엄밀한 의미의 커피농장은 아니다. 그보다는 체험형 하우스영농과 카페, 다양한 커피제품 개발과 교육 프로그램 가동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만들어온 커피스테이션이나 플랫폼에 가깝다. 산티아고(Santiago)는 커피 생산국의 하나인 칠레의 수도이자 정치, 문화, 예술의 중심지다. 남미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로 꼽히기도 한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부의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도시(Santiago de Compostela)이다. 야고보의 무덤 위에 만들어진 대성당이 유명하고, 종교의 순례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쿠바, 도미니카, 파나마, 브라질, 아르헨티나, 필리핀, 카보베르데, 갈라파고스 등의 주나 도시, 섬 등의 지명이기도 하다.산티아고는 성 야고보에서 온 이름이다. 예수의 12사도 중 한 명인 야고보의 스페인어식 발음이 티아고(Tiago)이고, 성(聖)을 뜻하는 산(San)을 붙여 산티아고(Santiago)가 됐다. 카톨릭을 신봉했던 스페인의 식민지배 역사와 맥락을 같이한다. 과거 스페인에 의해 점령당한 땅이었거나 스페인 개척자들이 세운 도시라는 뜻이다. 그래서 ‘산티아고’에는 늘 순례, 고행, 인내의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개척자, 순례, 고행의 아이콘형식은 다르지만 내용 면에서는 크게 다름이 없는 또 하나의 산티아고가 전라남도 고흥에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순례자를 닮은 부부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다.김철웅 대표의 첫인상은 상상 이상이다. 훤칠한 키에 마른 체형, 긴 곱슬머리와 수염이 ‘순례자’를 연상시킨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빛나는 눈으로 인해 얼핏 냉철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뛰쳐나온 ‘무림고수’ 같다.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섬세하고 다감한 휴머니스트다. 도시살이를 접고 섬이나 다름없는 서남해의 반도 고흥으로의 귀농을 결심한 데에는 자연적인 삶, 치유와 힐링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자리잡고 있다. 자연의 이치가 그 밑바닥에 흐른다. 순례자? 혹은 무림고수?산티아고 커피농장의 시작점은 2014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부는 꿈과 희망을 품고 이곳에 커피나무 묘목을 구해 정성껏 심었고, 자식 보살피듯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처음부터 ‘커피농사’를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라는 점, 나름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첫 단추를 뀄다는 점에서 관상용 커피묘목 농장과는 궤를 달리한다.이곳의 주인장 김철웅 대표는 IT기업 태생이다. 벤처바람이 한창일 때 뛰어들었으나 체질에 맞질 않았다. 서울에서 커피 유통과 판매점을 하기도 했으나 깨달은 바가 있어서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소외계층 대상의 목회를 위해 시골을 탐문하다가 찾아낸 곳이 고흥이었고, 안착을 결심했다. 스스로 귀농목회자를 자청함으로써 농어촌 인구 감소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커피는 그 방편이자 대안이었고, 그 귀결점은 성공한 커피농사꾼 겸 카페목회자였다. 산티아고 커피농장과 카페, 아카데미는 이런 플랜의 소산이다. 전남 고흥군 과역면 석촌1길 81-117010-5711-0491 *이 콘텐츠는 월간 커피앤티 6월호(NO.257)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