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스며드는 스페셜티커피를 위한 공간과 커피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공간, 노띵커피 에디터·포토 지우탁 동대입구역과 충무로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노띵커피를 찾아가는 길은 조금 멀다. 언덕을 넘고, 대로변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선 후 다시 또 골목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서울 중구, 충무로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인쇄소의 모습부터 공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오토바이 수리소,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대학생들 그리고 거리에 나와 잠시 쉬고 있는 노인들까지. 조금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오래된 동네, 이곳을 거닐다 은은하게 밝고 세련된 건물을 마주한다면 그곳이 바로 노띵커피(nothincoffee)다.스페셜티커피 브랜드 중 하나로 우리에게 익숙한 노띵커피는 어떤 스토리를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핫한 카페들을 모여 있는 망원, 성수 등과 같은 곳이 아닌 충무로에 자리를 잡은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노띵커피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김현화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띵커피는 본래 경기 고양시 서오릉에서 자리하고 있던 매뉴얼 브루잉 전문 카페였다. 6년 전인 2016년에 오픈한 노띵커피는 처음부터 싱글 오리진 커피를 핸드드립으로만 제공하는 구성이었다.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도 판매하는 지금의 공간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던 셈. 인테리어를 위한 소재를 시간의 흐름이 묻어나는 목조를 선택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도록 표현하기도 했었다. "서오릉에 있었을 때는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인적도 드문 곳이었요.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오는 그런 장소였죠. 그러다 좀 더 우리의 커피를 유연하게,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해서 제공하고 에스프레소 음료도 함께하자는 생각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게 됐어요. 그게 2021년 8월이었고, 시청점은 올해 2월에 오픈한 공간이고요."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을 전하자 기존 고객들이 아쉬워하면서도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이 바로 새로운 이전 장소였다. 일반적으로 카페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지역들이 있는데, 충무로는 그런 면에서 의외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커피를 드시러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평소처럼 일하다가 그냥 커피 한 잔 정말 마시고 싶어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이전을 하게 된 계기부터가 우리가 제공하는 유연한 커피를 더 확장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처럼 정말 생활 속에서 커피를 드실 수 있는 분들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리고 서울 도심이지만 고도제한 때문에 높은 건물이 없는 곳이에요. 그래서 녹음이 우거지고 그렇지는 않지만 하늘이 잘 보인다는 점도 좋았어요. 또 약간 오래된 분위기가 있는데, 처음 근처를 둘러볼 때 오래된 아파트들도 있고, 동네 어르신들이 길에 나와 앉아 계시더라고요. 서울에서 그런 곳을 찾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 여러 면들을 보고 나니 이곳이 우리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유로운 틀이 만든 브랜드노띵커피의 구성원들 중에서는 처음부터 커피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이 없다. 김현화 대표는 이전에 방송작가로 일을 했고, 다른 공동대표는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인 식이다. 그저 커피를 좋아하고 공부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인 셈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공부하고 이랬던 시기는 각자 다르지만, 그냥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다른 사람들도 맛있다고 생각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마셔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공간을 떠올린 거죠." 일상에 스며들 커피노띵커피에는 블렌드가 없다. 에스프레소부터 필터커피까지 모든 커피 라인업은 싱글오리진으로만 제공된다. 일반적으로 블렌드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는,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로스터리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블렌드를 만들고 판매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커피의 종류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게 처음 이곳으로 옮기고 좀 당황했던 이유였어요. 서오릉에서는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시고 많이 아시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커피의 종류를 고른다거나, 필터커피 주문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오시는 분들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셨을 때 "이런 싱글 오리진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어떤 걸로 드릴까요?"라고 여쭤보는 것 자체를 너무 어색해하시더라고요."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했는데 왜 자꾸 다른 말을 하냐, 너무 귀찮게 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또는 좋아했던 커피가 어느 날 다른 종류로 바뀐 것을 보고 당황해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좀 더 일상과 인접한 공간에서 좋은 커피를 제공하겠다고 시작한 것이 사실은 그저 자신들의 고집이고, 누군가에는 불편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는데, 스페셜티커피라는 건 어차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커피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 커피에 얽힌 이야기라든지, 저희가 왜 이 커피를 제공하는지라든지, '이 커피를 드시면 어떤 걸 발견할 수 있어요'라고 말씀드린다든지. 이런 것들이 스페셜티커피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1년 정도 계속 그렇게 했더니 이제는 이분들에게도 당연한 공간이 된 것 같아요. 그런 변화를 체감했던 그 순간이 되게 기뻤어요." 노띵커피에서는 자신들이 전하는 커피 그 자체가 시그니처고 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할 커피를 고를 때부터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커피라는 명확한 기준과 비전을 가지고 임하는 만큼 따로 블렌드를 만들 필요 없이 노띵커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싱글 오리진 라인업에 그들의 스토리가 담겨 있던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의 그런 생각과 꾸준한 실천은 충무로라는 지역에 스페셜티커피를 친숙하게 전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이 스페셜티커피의 대중화를 위한 로컬 카페 브랜드의 방향성과 역할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다양한 세대가 모이는 로컬 공간노띵커피를 방문하는 연령층은 다양하다. 동국대 후문에 위치한 만큼 대학생들이 수업 전후와 중간에 찾아오기도 하고,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어르신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20~40대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이대니까 방문 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 고객들도 많다. "가스 검침하시는 분들부터 인쇄소에서 일하는 분들 또 인근 오토바이 수리소 분들이 손이 까매져서 들어오시기도 해요. 방문하는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점은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지역마다 있는 오래된 음식점 같은 곳을 보면 단골 주민들이나 어르신들도 계신데, 레트로 트렌드를 따라서 찾아온 젊은 고객들이 많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레트로라는 유행으로 인한 일시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희는 그런 고객층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가고 있는 걸 느끼고 있어요."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메이킹으로노띵커피의 SNS를 보면, 공간이나 카페에 대한 소식과 함께 공간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인터뷰나 새로운 출간물이나 신진작가의 첫 작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스페셜티커피 자체도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걸 누가 어디서 어떻게 재배하고, 누가 로스팅을 하고, 누가 추출했는지를 알 수 있는 커피이니까요. 커피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공간에 있는 이야기들도 전달하고 싶었어요. 결국은 다시 스페셜티커피와 연결되는데, 앞서 말했던 농부부터 로스터와 바리스타 그리고 그걸 마시는 손님들까지 함께해야 정말 스페셜티커피가 완성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커피를 만드는 쪽의 이야기만 조명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걸 마시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렇게 공간을 방문하여 커피를 마시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인쇄소 거리의 특성을 살린 북마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시청점에서는 작품을 전시하고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공간을 방문하여 즐기는 커피 한 잔도 멋진 경험이자 콘텐츠지만, 나아가 자신처럼 이곳에서의 시간을 좋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함으로써 앞으로의 경험들이 더욱 특별해지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아닌 스토리메이킹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듦으로써 방문하는 이들에게 노띵커피라는 이야기에 포함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노띵커피서울 중구 퇴계로50길 33-2 노띵커피 시청점서울 중구 서소문로 89-20 1동 1층 인스타그램@nothincoffee *이 콘텐츠는 월간 커피앤티 7월호(NO.258)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