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비경,이를 배경으로 쓰이는 이야기무지개보다 다양한 경험의 중첩, 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 에디터·포토 지우탁 등장한 직후부터 풍경만으로 이슈가 된 곳이 있다. 마치 거대한 작품 하나가 걸린 갤러리와 같은 비주얼의 공간이 위치한 곳은 한국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 중 하나인 거제도. 심지어 거제도에서도 한참을 다시 남쪽으로 향하다가 바다를 마주할 때쯤에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인근 지역이 아니라면 찾아가기에는 결코 가까운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의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분위기에 이끌려 찾은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무척 인상적인 경험이었다는 후기를 아끼지 않았다. 눈여겨볼 점은 이곳이 인상적인 이유가 그저 풍경뿐만이 아니라는 점. 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만의 특별함을 이야기하며, 거제도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방문하라고 추천까지 한다. “이제 만으로 67세가 됐는데,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이경은 대표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와 수제 디저트,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압도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거제도의 끝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곳. 이 공간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됐을까? 무지개펜션, 추억의 공간을 새롭게 열다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의 탄생은 2022년 4월, 거제도로 처음 여행을 온 이경은 대표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아름다운 해안 비경을 가진 집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어요. 무언가에 홀린 듯 주인이 없는 집의 마당까지 내려가보고 다시 올라오던 중, 매매 중이라는 팻말과 연락처를 발견했죠. 바로 연락해서 그날 계약까지 하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이름만 보면 펜션과 카페를 같이 하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일찍부터 이곳에 자리하고 있던 공간의 의미를 고스란히 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홍포마을의 생성 초기 어느 건설사의 별장으로, 가왕도를 가장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터에 자리를 잡았다. 그 후 지난 20여 년간은 이전 소유주가 무지개가 자주 뜨는 이곳의 특징을 담아 ‘무지개펜션’이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해왔다. (이)“많은 분들이 추억을 남긴 곳이기도 해요. 특히 매년 마을주민들이 같이 모여 마당에서 마지막 해를 바라보는 장소이기도 하고요. 거제시 관광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을 정도로요.” 가족들과 함께 고민한 끝에 이경은 대표는 오랜 기간 즐겨온 커피를 매개체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미 많은 이들의 소중한 기억이 남은 장소인 만큼 한 개의 층 내부만 바꾸고 본래의 이름을 받아 ‘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를 만들었다. (조)“날마다 바뀌는 자연을 액자 삼아 공간에 들여왔어요. 그 외에 모든 공간은 외주 없이 가족끼리 기획, 설계, 시공을 했고요. 서울에서 함께 온 목공, 조경팀 분들을 제외하고는 거제 현지 어르신들과 같이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마을과 이 장소에 대해 알아가며 정이 들었어요.” 독보적인 비경과 함께 하는 커피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를 새롭게 재탄생시킨 이는 이경은 대표의 아들인 조유석 건축가다. 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공간에서 그의 어머니가 사람들과 만나며 새로운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조)“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의 슬로건 ‘an observatory with coffee’처럼 아름다운 여차홍포 해안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어요. 보다 온전히 내부로 들어온 자연을 매개로, 보는 행위의 몰입을 통해 비움과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온전히 자연을 들여오는 방법’이 공간계획의 주제였어요.” 이를 위해 그는 눈앞에 펼쳐지는 가왕도, 여유도, 소매물도가 가장 편안하게 시야에 담기는 프레임을 구성하고, 그 프레임을 공간의 중심에 배치했다. 동시에 수납 등의 기능적인 요소들은 숨기기 위해 양쪽 옆면에 깊이가 있는 벽을 조성했다. 그 후에는 시각적인 모든 요소들의 태도를 엄격한 질서 속에서 정하면서 비움과 숨김의 연속이었다. 남해를 닮은 면과 사분원그는 푸른 바다는 면, 섬은 덩어리(mass)로 읽었다. 미술관에서 작품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흰 벽이 바탕이 되는 것처럼, 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바닥부터 벽과 천장은 침묵하는, 배경이 되도록 구상했다. 공간을 채우는 가구들 또한 남해의 섬들을 닮은 부드러운 덩어리들로 계획했다. (조)“가구들은 한 폭의 시선에서 다 같이 들어왔을 때의 조화와 인지성을 위해 동일한 직사각 상부면과 하부를 구성하는 높낮이가 다른 사분원으로 구성했어요. 카운터와 사분원 스툴, 책상과 사분원 의자, 벤치와 사분원 티테이블처럼요. 사분원 의자와 스툴의 곡면으로 구성된 등받이는 어느 위치에서도 쉽게 몸을 돌려 바다를 바라볼 수 있죠. 또 함께 앉은 두 사람이 대화할 때는 서로를 바라보도록 배치하여 둘만의 소공간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용자 고유의 연출로 인해 바뀌는 모습은 계속되는 바다의 물결을 닮아있고요.” 전이, 과정, 경험의 중첩공간을 에스프레소‘바’로 계획한 의도는 찾아오기 어려운 위치의 특성상,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이 단순히 경치를 보고, 사진만 찍고, 커피만 드시고 가는 것이 아닌 공간 및 주인장과의 Interaction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또 매장 바로 앞이 버스 종점인데, 잠시 쉬어가는 정류장처럼 삶의 여정에서 잠시 내려 쉬어갈 수 있는, 비워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 의도가 담겨 있다. (조)”그래서 메인 메뉴로 생각한 것이 에스프레소 세드로(Cedro)였어요. 세드로는 이탈리아어로 유자를 의미해요. 거제의 지역특산물이기도 한 유자로 로컬의 성격을 강조 및 연계하고 싶었어요. 거제에서 난 유자로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청을 사 용해요. 청을 잔 아래에 얼음과 같이 깔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올리죠. 공간과 음료 둘 모두에서 전이, 과정, 경험의 중첩이 있었으면 했어요.” 세드로를 입안에 머금으면 처음에는 에스프레소의 고소한 맛과 함께 유자 얼음과 살짝 섞인 달콤 새콤한 맛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더욱 강하고 선명한 유자맛을 경험할 수 있다. 공간 또한 다양한 경험을 담고 있는데,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오두막의 모습, 입구에 들어서면 마주할 수 있는 창을 가득 채우는 가왕도의 풍경 그리고 창에 가까이 다가서면 점점 작아지는 가왕도와 이와는 대비되는 주변 바다와 다른 섬들의 확장까지. 아들이 만든 공간을 가장 아낄 존재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를 방문하면 활짝 웃으며 맞이해 주는 인상 좋은 바리스타, 이경은 대표는 사실 뇌과학 관련 박사로 심리상담의 대가다. 그의 말에 의하면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상황과 지니고 있는 고민의 깊이가 보인다고. (이)“처음에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아니라 1년에 한두 번씩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당시 한국에 들어와 있던 아들이 공간을 보고 뷰에 반해서 카페를 만들게 됐죠. 사실 오랫동안 학문을 다루다가 카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작품을, 꿈을 끝까지 어미로서 키워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가장 잘 지키고 아낄 사람은 저겠죠.” 사람들이 머물고 지나는 모든 공간에는 건축, 공간심리학이 반영되어 있기 마련인데, 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를 찾은 이들이 감탄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지,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표현을 통해 공간에 머무는 이들은 더 인상적인 경험을 중첩할 수 있다. 무지개펜션에스프레소경남 거제시 남부면 거제남서로 737 인스타그램@mujigaepension ..중략.. *이 콘텐츠는 월간 커피앤티 8월호(NO.259)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