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나요?건강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즐기는 카페 상재형 엔플러스병원 가정의학과 원장 결혼 전 나의 이상형은 커피를 좋아하는 여자였다. 예쁜 카페와 맛있는 커피를 같이 찾아다니고 내가 내려 주는 커피를 맛있게 즐길 줄 아는 여자라면 함께 사는 재미가 좀 더 풍요로울 것 같았는데 지금 아내가 딱 그러하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커피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잠들기 전 내일은 또 어디 가서 커피를 마실까라는 기대를 하며 잠을 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댔다. 당시 아내는 바리스타 교육도 받고 있던 터라 내가 직접 볶은 커피 원두와 커피앤티 잡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렇게도 커피를 좋아했던 아내는 요즘 임신 준비를 하면서 커피를 끊고 있다. 아직 임신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그럴 필요 없다고 해도 최대한 건강하게 몸을 만들어서 아기를 낳고 싶다는 게 아내의 말이다. 임산부가 커피를 마셔도 되는지는 사실 여전히 논란이다. 국내 식약처와 WHO에서의 임산부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하루 300mg 이하이며 유럽식품안전청 기준은 하루 200mg 이하다. 보통 우리가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카페인 함량이 150mg 내외이므로 하루 한잔 정도는 괜찮다는 말이다. 참고로 일반 성인의 경우 하루 권장 섭취량은 400mg 이하이다. 그러나 최근 임신 중 안전 수치인 200mg 이하의 카페인 음용에도 조산 혹은 저체중 출산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발표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소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임산부의 경우에도 카페인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임산부에 비해 더 작은 아이를 출산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12개 임상시험에 등록한 임신 10-13주의 임산부 2,055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의 카페인 음료 섭취 정도와 혈액검사를 통해 카페인과 파라잔틴(paraxanthine, 카페인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생성되는 물질)을 분석했다. 카페인 레벨이 가장 낮은 군과 비교했을 때 카페인이 가장 높았던 군의 신생아는 평균 체중 84g, 신장 0.44cm, 머리둘레 0.28cm, 팔 둘레 0.25cm, 허벅지 둘레 0.29cm 더 작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하루 50mg 정도의 소량 카페인을 섭취한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신생아 역시 체중 66g, 팔 둘레 0.17cm, 허벅지 둘레 0.32cm 작았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는 카페인이 자궁과 태반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장기 발달을 방해하며 스트레스 반응을 변화시켜 태아 성장을 변화시킨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더불어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출생 후 오히려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고 소아 비만 및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소량의 카페인 섭취 역시 이러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주장했는데 이 부분은 추후 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야 확실히 알 수 있을 듯하다. 어쩌면 크게 눈에 띄는 차이가 아닐 수 있고 아직까지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임신 초기에는 확실히 카페인을 피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임신하기 전부터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도 끊고 있는 아내를 보며 엄마가 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구나 싶다. 우리 카페에는 아직 디카페인 커피는 없는데 아내를 위해 또 많은 임산부들을 위해서도 우리 카페에 디카페인 원두를 준비할 예정이다. ReferencesJessica L. Gleaason et al. Association between Maternal Caffeine Consumption and Metabolism and Neonatal Anthropometry. JAMA Network Open. 2021;4(3):e213238 *이 콘텐츠는 월간 커피앤티 9월호(NO.260)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