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상희 과거와 현재의 길목에 쉼터를 내다 통영의 시그니처카페 ‘돌샘길’ 에디터 지영구 지난 4월, 통영 봉평동 봉수돌샘길 초입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 이름이 돌샘길. 이 카페가 도로명을 그대로 차용한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튀지 말고 어울리자, 별나게 굴기보다는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의 오두막과 정원처럼 존재하자, 오가다 잠시 들러 목을 축이며 쉬었다 가는 쉼터가 되자는 생각이 그 안에 당연지사로 녹아들어 있다. 사진 이상희 돌샘길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마을 어귀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외관, 고재를 활용한 자연친화적인 실내 인테리어, 탱자나무 울타리와 실개울 정원으로 확산되는 3면 통유리, 감탄을 자아내고 감동을 선사하는 감성플레이팅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 네 가지 요건을 잘 갖춘 카페, 그래서 동네와 잘 어울리는 자연카페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카페를 가리켜 시그니처카페라 부른다. 이 카페 주인장은 예성건축 CEO다. 거북선호텔, 바다봄 카페 등을 직접 지어 명소 반열에 올린 통영 토박이 사업가이기도 하다. 그가 오래 전에 사두었던 자투리 땅에 새 카페를 직접 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사롭지가 않다. “낡은 건물을 철거하면서 고재를 얻었어요. 버리기가 아까워서 여기다 가져다놨는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썩어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3년을 두고보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 건축을 서두르게 됐습니다. 나무 때문에 카페를 열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고재 썩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설종국 대표는 솔직하다. 수백 년 된 원목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리기에는 카페가 제격이다. 바다봄이 H빔을 골조로 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라면 돌샘길은 고재기둥과 보를 근간으로 한 벽돌가옥이다. 바다봄이 8평 땅에 올려세운 4층짜리 모던타입의 땅콩빌딩이라면 돌샘길은 135평 땅에 들어앉힌 단층짜리 구옥 타입이다. 바다봄 외관은 바다를 지키는 충무공 동상처럼 웅장하고 든든하다. 반면 돌샘길은 고향집을 연상시킨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고향집 같다. “일부가 도로로 편입되는 바람에 땅이 너무 좁아졌어요. 옆의 나대지를 사서 정원으로 꾸몄죠. 산물을 이용해 물길을 내고, 작은 폭포와 연못도 만들고... 땅콩공원이랄까요? 무엇보다 마을 분들이 좋아하세요. 집 가는 길에 예쁜 정원이 생겼다고...” 이쯤 되면 설 대표가 왜 이곳에 주목했는지, 무슨 의도로 돌샘길을 설계하고 지었는지 이해가 간다. 바다봄이 젊음이고 기개라면 돌샘길은 어울림이고 받아들임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본능적으로 추억을 소환하게 된다. 향수에 젖곤 한다. 현대와 과거 사이 어디쯤좋은 집이란 어떤 집일까? 이 단순하면서도 곤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설종국 대표의 건축철학에서 읽을 수 있다. 바로 그 자리에 어울리는 집, 이야기가 가능하고 꿈을 꾸게하는 집, 작지만 확장과 확산이 이뤄지는 집...이런 감성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크고 화려한 것, 스스로 너무 빛나는 바람에 오히려 존재가치를 위축시키는 과시족이나 명품족과는 궤를 달리한다. 사람에 대한 관심, 고향에 대한 애정,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슴속에 진하게 깔려 있어야 하고 샘솟아야 한다. 크고 화려한 것보다 작고 소박한 것이 더 아름다울 때가 많다. 쉼을 전제로 하는 카페, 편안함이 생명인 카페는 더욱 그렇다. 공통분모는 역시 자연스러움이고 확장성이다. 바다봄 전면을 온통 유리로 채운 것, 돌샘길 3면을 통유리로 세운 것은 공간의 확장과 확산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바다가 훤하게 열리는 공간, 탱자나무와 개울정원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지는 홀에서는 넓이가 무색해진다. 어느 순간 벽이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건축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잉여자재를 십분 활용했다는 사실이 그것. 비용절감이라는 알뜰함 차원이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살뜰함도 담겨 있다. 재활용은 곧 친환경과 상통한다. 사진 이상희 감동은 물길처럼, 연못처럼차는 주문 후 직접 우려주며 리필이 가능하다. 청귤과 히비스커스, 레몬과 캐모마일, 한라봉과 말차 등 차음료, 얼음이 들어가지 않아 더욱 진하고 순수한 맛을 내는 밀크셰이크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베스트셀러다. 당고를 올린 쑥밀크셰이크, 흑임자밀크셰이크, 인절미밀크셰이크는 돌샘길의 3총사로 손꼽힌다. “누구나 오롯이 즐기고 갈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행복의 원천은 순수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순수함은 편안함으로 이어지고, 평안은 곧 행복으로 귀결됩니다. 가장 순수하면서도 농밀한 것은 차와 우유가 아닐까 합니다.” 박하람 점장의 말에서 배려심이 묻어난다. 윗물이 맑으니 아랫물도 맑다. 그제서야 돌샘길의 존재가치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add. 경남 통영시 봉수돌샘길 101call. 0507-1474-0381 *이 콘텐츠는 월간 커피앤티 9월호(NO.260)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