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보이차티 스토리 #1 양태영 티앤영 대표 담배에 대한 제 첫 경험은 대학교 2학년 때입니다. 이때 피웠다고 해서 이후로 담배를 쭉 피워왔다는 건 아니에요. 학창 시절에도 호기심조차 가지지 않았고, 군대에서조차 피우지 않았던 담배를 왜 피워보게 됐을까요?사실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없었습니다. 당시 혼자 애태우며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마음을 얻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힘들 때 태운다는 이 담배가 어떤 효능을 줄지도 궁금했고요. 그래서 학술제 뒤풀이가 있던 날, 술을 마시다 모두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일어나 우르르 빠져나갈 때 저도 자연스럽게 함께 나가 제가 가장 따르던 학과 형에게 담배 한 개비를 받았습니다. 그리곤 불을 붙였죠.그때의 첫 느낌을 간단히 묘사해 본다면 한 마디로 별로였어요. 기대가 컸던 탓인지 ‘대체 이게 뭐라고 사람들이 죽고 못 사는 걸까?’라는 물음에 대한 궁금증은 전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겉담이 아닌 속담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흡연자들이 흔히 말하는 첫 모금에 띵-하는 느낌이나 좋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았어요. 오히려 역한 냄새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는 담배의 잔향들이 상당히 안 좋게 다가왔거든요. 그래서 정말 다행히도 ‘아 나는 담배와는 맞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죠.그런데 담배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했던 건 다음날, 분명히 좋은 기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피웠던 담배가 생각났다는 것이었어요. ‘생각이 났다’는 표현은 ‘다시 한번만 피워볼까?’하는 생각이었고, 담배맛이나 향 때문이라기보다는 작은 사이즈의 하얀 막대과자와 같은 어떤 물체를 깊숙이 빨았다가 내뱉는 그 행위 자체가 다시 해보고 싶다는 어떤 느낌에서였어요. 그리고 생각했죠.‘아, 한 갑만 사서 다시 피워볼까?’ 기숙사 2층에 위치했던 제 방에서 1층 편의점까지는 단 1분 거리. 저는 담배를 사러 갔을까요? 사람들에게 담배이야기를 할 때마다 말하곤 합니다. 그날 편의점에 내려가 제 돈을 주고 직접 한 갑을 샀었더라면 그 이후로 쭉 피우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러나 다행히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때의 기억을 무서운 담배의 매력 혹은 중독성이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됐어요.담배 경험 이야기를 하며 보이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제가 말하는 이 묘한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 중독성이라고 해야 할지 하는 느낌이 마치 보이차의 경험과도 같았거든요. 당시에 제가 접하고 좋아하는 차는 기껏 해봐야 녹차와 홍차류 정도였는데, 우연히 알게 된 작가님을 통해 몇 백만원짜리 고가의 보이차를 첫 보이차로 경험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때 마신 게 정확히 얼마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건, 보이차를 처음 접하다 보니 좋고 나쁨에 대한 기준점이 없어 비싼 차를 마셔봤자 그게 좋은지도 몰랐던 때였기 때문이에요. 작은 다구에 찻잎을 정량보다 훨씬 더 많이 넣어 정말 진하게 내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요. 우려낸 수색이 찻물이라 부르기 애매할 정도로 검고도 진한 나무색을 띠어, 마치 한약과도 같았어요.맛 또한 진한 땅의 맛, 흙맛이 났고요. 흔히 마시던 녹차와 홍차에서 느껴지는 찻잎의 맛이라기보다 차나무가 심어진 땅의 흙과 나무뿌리부터 가지, 잎을 모두 갈아 넣어 한데 끓인 듯한 맛이었습니다. 첫 느낌이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맑은 느낌의 녹차나 청차를 더 선호하는 저에게는 이 보이차의 진하고 깊이 있는 무게감은 처음에는 불호에 가까웠습니다. 그날은 좋은 거라고 하니 좋은 건가 보다 하면서 열심히 받아 마셨지만요. 그러나 그 이후 어떤 매력에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이차가 자꾸 생각이 난다는 것이었어요. 마치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처음 경험한 이후로 ‘다시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요. 그런데 보이차는 담배처럼 몸에 해롭지도 않고, 향이 고약하게 남지도 않으니 다시 경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월간 커피앤티 01월호(NO.264)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 만나보기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