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인 콘텐츠공간에서 쌓아가는 인연함께 채워가는 공간, 연필(緣苾) 에디터/포토 지우탁 군자역 인근의 번화가를 지나 점차 주변의 풍경이 차분한 동네가 펼쳐지기 시작한 곳에 어색하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세련된 공간이 있다. 지난 2022년 8월에 이곳에 자리를 잡은 연필(緣苾). 밖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매력적인 공간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고급스러운 바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풍경으로 변한다.오픈 이전부터 눈을 사로잡는 외관과 분위기로 기대를 모았고, 오픈 후에는 기대보다도 더 깊이 있고 다채로운 콘텐츠들로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방문하여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메모부터 고심한 듯한 선곡을 들으며 커피와 디저트의 페어링을 즐길 수도 있다. 필터 커피를 주문하면 직접 선택한 빈티지 잔에 제공해 주고, 바 너머의 창 밖에는 고양이 손님이 기웃거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복잡하고 어지러워 보일 수 있는 것들이 하나의 브랜드로 묶여서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겨울과 봄의 경계인 2월의 어 하루 연필을 직접 다녀왔다. 인연이 피어 향기로운 공간"우선순위로 쉽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네이밍을 하려고 했습니다. 다양한 카페 이름을 보면서 '기억에 남아있는 이름이 무엇이었을까?', '왜 이렇게 지으셨을까?', '왜 기억에 남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어요. 종종 시간이 빌 때마다 국어사전, 영어사전, 프랑스어, 독일어 등을 찾아 후보군을 추려 놓기도 했고요. 그러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했던 물건, 사물 등을 이중적인 의미로 지어보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또 때마침 '연필'이란 단어가 떠올랐죠." 누구나 사용해 봤고 친근감이 있으며, 옛 생각도 들어 기억에도 잘 남을 듯했다. 매장을 바 형식으로 구성하고자 했던 의도와도 어울리고 스토리텔링도 잘 이어질 것 같았다. "인연 연, 향기로울 필 자를 쓰는데, 이중적인 의미로 '필' 한자 위에는 초두머리로 풀 초를 사용합니다. 풀 초는 자라나다는 의미도 담겨 있어 인연이 피어(자라나서) 향기로운 공간이라는 의미를 넣게 되었어요. 커피를 매개체로 다양한 사람들과 가깝게 연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로스터리 원두를 셀렉해 좋은 컨디션의 맛을 유지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다양한 로스터리 카페를 손님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고, 커피를 통해 대화를 이어가게 되면서 서로의 일상적인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누어 손님과의 대화 단절의 벽을 쉽게 허물 수 있었습니다." 방문하는 이들이 남기는 기록연필의 매장 한편에는 지금까지 공간을 찾은 이들이 남긴 메모들이 기록되어 있다. 소개팅으로 연필을 찾았던 이들이 남긴 이야기, 지방 혹은 제주도에서 이곳을 찾은 손님의 인사, 주변에서 소개를 받고 찾은 외국인 손님 등 다양한 시선으로 내용이 담긴 메모장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커피와 공간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적혀 있는데, 그 메모를 볼 때마다 내심 열심히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지고 더 분발해야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또 그림도 많이 그려 주시는데, 특히 연필의 창밖으로 자주 출몰하는 길 고양이를 그려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고양이의 생김새는 한결같지만 손님들이 그리는 고양이들은 다양한 특징들을 갖고 있어 볼 때마다 사람들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고 관찰력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재미있고 신기한 것 같아요." 탄탄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하는 커피 베리에이션으로는 직접 블렌딩 한 우유로 만든 라떼와 트러플 향이 나는 모카라떼, 피넛라떼 등이 있습니다. 트러플 모카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커피에 트러플이 어울릴까?'라고 생각하시면서 궁금해하시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으나 반대로 그 매력에 푹 빠질 수도 있죠. 한 번쯤 경험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논커피 라인업 또한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했다. 심플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로즈힙베리 아이스티부터 밀크티, 에이드 등과 더불어 티 메뉴 또한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3가지를 구비해두고 있다. 디저트의 경우는 제철 과일에 따라 자주 바뀌는 편인데, 푸딩과 티라미수 등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 그는 "디저트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이 많은 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입체적인 콘텐츠가 있는 공간연필을 직접 방문하거나 SNS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것이 청각적인 요소의 비중. 매장을 찾는 이들로부터 받은 신청곡을 틀거나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구조에 신경을 쏟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떠한 공간을 즐길 땐 우리의 감각 중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여 사용빈도가 높아집니다. 때문에 공간을 메우는 음향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공간을 보시면 스피커가 손님들이 앉았을 시 양쪽 정면에 위치하게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운드에 더 쉽게 노출이 되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는데 음료를 마시며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음향에 심취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연필의 우드톤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찾기 정말 어려웠던 거 같습니다. 너무 밝은 음악도 그렇다 해서 무거운 음악도 잘 맞지가 않아 퇴근길에 항상 음악을 찾아 고민 끝에 추가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 여전히 큰 고민 중 하나입니다." 가끔 매장을 찾은 손님분들이 메모지에 공간과 어울리는 음악을 적어주고 가는 경우가 있어 쉽게 선택을 할 때도 있었다. 한 번은 짧게나마 손님들과의 음악 공유를 통해 공간에 서로의 취향을 담아보고 싶어 신청곡을 받기도 했는데, 다들 자유롭게 좋아하는 플레이 리스트를 담아주면서 모두가 공간을 더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기억이 남았다고. 연필서울 광진구 면목로 12, 1층@yeonpil_official 월간 커피앤티 03월호(NO.266)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 만나보기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